만남
1996년 9월 30일 제 10호 학보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처음 뵌 것은 희수를 약간 넘긴 ‘87년 학교 개교 및 준공식을 겸한 기념식장에서다. 달변도 능변도 아니다. 조용한 목소리, 작은 몸짓,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당당한 풍모도 아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 밖에는….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것은 결코 허식도 의례적이지도 않은 말씀과 행동뿐, 오히려 평범하고 소박한 노인의 모습 속에서 범속함을 떠난 달관한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처음 만나던 날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인사, “학생들 가르치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정중하다 못해 지나친 듯한 인사로 우리들을 감동시키는 분, 자식들을 위해 당신의 입에는 사탕 한 알 넣지 않는 우리들의 부모님 같던 분, 노령으로 편치 않은 걸음을 이끌고 학교에 오실 때면 어김없이 자갈길을 올라 국수봉의 마루턱에서 “천신, 지신, 학교신, 우리 어린 학생들 그저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게 해주소서….” 간구하시던 우리들의 할아버지 같던 분, 그 기도는 종교와 종파를 떠나 진실한 믿음이요, 신앙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