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설계및 의도
 

1986년부터 시작된 한일고등학교의 건축물의 설계는 단순히 지식 전수만이 아닌 인간 중심의 교육관을 반영함은 물론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학교의 소재지를 도시가 아닌 대자연 속에서 선택하였다.

특히 그간의 학교 환경, 즉 시설 환경의 큰 문제점으로 제기 되었던 수용 중심의 획일적인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교과적 특성과 기능은 물론 디자인과 색감 등을 고려하여  미적 감성과 함께 변화로운 공간과 환경을 조성하여 학습과 생활 속에서 창의성의 신장을 돕도록 의도하였다.
 

붉은 벽돌과 기와의 색감은 심리적 안정감과 함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축물의 기품을 더하고 고풍스러움을 통해 깊은 전통과 역사 의식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되었으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통하여 정규교육 프로그램만이 아닌 전일(全日), 전인(全人)교육을 조력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를 위한 캠퍼스 건조 환경에 대한 계획은 다음 몇 가지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였다.

 

1. 기능적 목표

1) 학생수 : 초기 단계(1987년-1991년)/ 학급당 50명, 학년 당 4학급, 3개 학년으로
        600명
완성 단계(1992년 이후)/ 학급당 50명, 학년 당 6학급, 3개 학년으로 900명

2)효율성 :학교의 각 시설들은 각기 고유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분절되어야하며, 동시에 상호 긴밀히 연락하기 위해 재통합되어야 한다.

3) 가치의 위계 :학교 활동 중 교사와 학생을 중심으로 한 교육 활동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다른 모든 활동은 교육 활동을 보완, 지원하는데
       유리하도록 계획되어야 한다.


2. 형태적 목표

1) 자연 환경과의 관계 : 계획 부지는 한국 전래의 풍수지리설에 의해 ‘명당’으로 일컬어지는 지형으로 배후에 주산을 중심으로 좌우의 능선이 ‘터’를 에워싸고 앞에는 개천이 흐르며, 전면 들판 건너에는 안산이 위치해 있다. 또한 부지는 상당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므로 경사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2) 영역성, 방향성, 입구성 : 사람은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자신의 위치와 방향성을 가짐으로써  정신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데, 풍수지리의 ‘局’이 바로 이러한 장소이다. 이 영역은 입구를 가지고 있으며, 표현되어야 한다.

3) 배치 및 외부 공간 계획

학교 건물은 선형(線形)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우리나라 전통 목조 건축이, “폭의 한계성 때문에 선형화(線型化)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따라서 한일고등학교 계획에서는 이 특성을 이용하여 각 기능별 영역을 분절시키면서 ‘마당’을 중심으로 건물을 둘러쌓는 방식으로 ‘중정’을 형성해 갔다. 그리고 전면의 운동장을 대면한 행정건물(본관)과,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기에 연결한 특별 교실동(실험․실습동)을 캠퍼스의 전면 중앙에 위치시켰다.  또한 그 후방에 교사동을, 서쪽에는 도서관과 학생관을 배치하고 북쪽에는  기숙사가 들어서도록 계획하였으며, 전방의 공(公)에 대하여 교사동 및 기숙사동은 각각 고유의 사(私)적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하편의 행정-특별 교실동과 도서관-학생관동 사이에는 중앙광장을 두어 전면의 진입도로 와 후면의 교사, 기숙사영역으로 이어지도록 하였다.  특히 중앙광장에 대면한 도서관-학생관의 중앙부 1층과 전면을 피로티(piloti)로 만들고,  중앙광장과 교사동을 잇는 동선의 결절점(結節點)에 특별 교실동을 관통하는 옥내광장을 두어 다양하고 우연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외부와 내부 공간의 단계적 전개를 꾀하였다. 또 교문으로부터의 진입로는 적절한 곡선을 갖도록 하여 시각의 연속적 변화를 유도하였다.

4) 평면계획

기능공간들은 일정한 모듈(module)에 의해 계획함으로써 장래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하였으며, 복도의 창측에 앉을 수 있는 창대(窓臺)를 만들고,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홀(hall)을 두어 동선처리는 물론 교육시간 외의 자유로운 행위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복도의 길이는 최대 50m를 넘지 않도록 하고 더 길어지는 경우에는 변화를 주도록 하였다.

5) 형태계획

벽돌 벽에 오지기와의 단순한 매스(mass)들이 꺾이고 접합되고 중첩되면서 통일된 주제 속에서의 다양한 변화를 가진 군집형태(群集形態)가 이루어지도록 시도하였으며, 행정동과 일반 교사동, 특별 교사동, 도서관, 학생관, 기숙사들이 각각 그 기능 속에서 우러나온 특유의 표정을 갖도록 하였다.


3. 설계의 특성

당시 학교 건축물의 투자비용은 전국 고교 수준에서는 단위 면적당 최고 수준의 규모였다. 당시 우리 교육의 현실은 최소의 예산을 투자하여 수용 공간을 확보코자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현재도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립자의 교육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깊은 소명의식을 접하고 이해하면서, 설계를 담당한 정시춘 교수와 나는 작은 설레임과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경영진들이 의도하는 인성교육에 대한 마인드를 담아 낼 수 있도록 학교환경을 구축함은 물론 건축물의 예술성을 높이기로 하였다.

외국의 사례들을 연구하고 교육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나름의 설계를 완성하였다. 지형적인 요소와 몇 가지 어려움으로 여러 차례 설계를 변경하고 당초 산너머에 배치하였던 기숙사가 관리의 어려움과 지나치게 긴 동선의 문제로 현재의 위치로 옮겨왔고 교실동의 설계가 변경된 상태로 최종의 건축물을 완성하게 되었다. 만족스런 것은 아니지만 나름으로 우리 교육을 선도할 교사(校舍) 환경을 구축하는데 조력했다고 믿고 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이런 작은 노력과 의도함이 알려지면서 대한 건축사 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건축 대전에서 ’89년 우수 건축물로 한일고등학교가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하학수 정주건축 소장>


◆ 한일고등학교의 건축물 설계는 경희대 정시춘 교수와 종합건축설계사무소인

   정주건축 소장 하학수의 공동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