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여천과 실천궁행                           1996년 9월 30일 제 10호 학보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충분한 배움을 갖지 못한 한이셨는지, 아니면 삶의 과정에서 느낀 필요인지, 일관된 신념은 ‘늘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며, 선생님 또한 평생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셨다고 한다. 아드님이신 한동현 이사장님 말씀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버님이 주무시는 모습을 뵌 적이 없고, 아버지를 연상할 때면 진료하시는 모습이거나 책을 보시는 모습 밖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고 하신다.
 

선생님의 가치관이나 생활에 대한 지표는 사인여천(事人如天)과 실천궁행(實踐躬行), 그리고 주인정신과 성실성으로 압축된다. 특히, 사인여천은 졸업식장에서 장도에 오르는 학생들에게 주시는 격려사에서도 두어 차례 들은바 있는데, 이는 선생님의 가장 큰 실천철학이며, 대를 물리는 집안의 정신세계이기도 하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사인여천은 한울님을 대하듯 사람을 사랑하라는 동학의 교리요 행동강령이다. 한동현 이사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소작농이셨던 할아버지는 동학에 심취해, 가정이나 가족의 안위는 살피지 아니하고 오히려 주위의 어려운 일과 사람들을 보살피는데 더 열중 하셨다고 한다. 또 동학 운동에 앞장서며, 늘 그 교리요 정신세계인 사인여천만을 강조하셨다고 한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가난과 어려움에 지치고 식상한 채로 성장하던 어린 시절의 선생님은, 이런 “아버지가 미웠고, 못마땅해 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세가 들어 갈수록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한의사로서 이룬 명성과 부도 결국 아버지의 덕행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셨단다. 이후 사인여천은 선생님에게도 삶의 방향이나 한의사로서 환자를 돌보는 가치가 되셨고 한동현 이사장님도 중학교 재학 무렵부터는 사인여천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자랐다고 하신다.
 

대물림이다. 때문일까, 아직은 불혹의 세월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밑도 끝도 없는 교육사업에 삶의 가장 큰 의미와 보람을 두고 계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